인생을 연기하다. 철학과 감동이 공존했던 시간 모리스 뒤로지에의 ‘배우의 말’
  • 작성일 2015-12-09
  • 작성자 Chungkang

인생을 연기하다. 철학과 감동이 공존했던 시간 모리스 뒤로지에의 배우의 말

 

청강대에 귀한 손님이 찾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뮤지컬스쿨 소극장 에 도착한 시각은 공연이 시작되기 20분 전이었지만 이미 건물 로비는 뮤지컬스쿨 학생들과 교직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지난 금요일 갑작스럽게 연극이 진행된다는 공지사항이 전달되었음을 감안한다면 폭발적인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연극의 주인공은 ‘모리스 뒤로지에’, 프랑스 국적인 그는 다국적 극단인 ‘태양극단’의 일원이다. 청강대에서 선보일 연극은 ‘연극인을 위한 연극’이라는 가제를 달고 있는 ‘배우의 말(Parole d’ acteur)’이라는 극이다. 뒤로지에는 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에게 시나몬 향 가득한 ‘차이 티’를 선물한다. 이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극을 관람할 수 없다는 안내자의 말과 함께 건네받게 된 ‘차이 티’의 풍미는 무척이나 이국적이고 낯설었다. 배우가 직접 준비한 차를 선물 받았다는 설렘을 안고 극장으로 들어섰을 때 무대 위에서는 백발이 성성한 유럽의 노신사 ‘모리스 뒤로지에’가 무대 이곳저곳을 체크하고 있었다.

 

 

 

‘모리스 뒤로지에’는 ‘태양극단’에 가장 오랜 시간 몸담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극단을 전승하고 실질적인 수장으로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남미의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칠레 등에서 워크숍을 지휘하고 있다. 오늘 청강대에서 진행된 연극 ‘배우의 말(Parole d’ acteur)’은 극단의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겪고 느꼈던 연기자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 연출자와의 관계 등을 철학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며 관객들과 소통하였다. 그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대 위에서 고민했던 여러 경험과 깨달음을 독백하며 극을 풀어나갔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느끼는 ‘극 중 자아’와 ‘현실에 존재하는 자아’ 사이의 충돌에서 오는 괴리감과 모순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가 인생을 살아가며 얻은 소중한 깨달음들은 이날 함께 자리에 참석한 여러 명의 뮤지컬스쿨 학우에게는 자신의 진로 앞에 깊이 있는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극에 출연하는 배우는 단촐하다. 뒤로지에 본인과 딸 역할을 맡은 뮤지컬스쿨 학생 한 명뿐이다. 딸과 아버지의 대화로 단순하게 구성된 무대였지만 그가 들려주는 철학적인 이야기와 생생한 경험들은 연륜에서 오는 깊은 감동으로 관람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뒤로지에는 인도 ‘시바신’의 신화를 바탕으로 퍼포먼스를 하기도 하며 사무라이의 ‘무사도 정신’에 배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대입하여 설명하기도 한다. 만약 사무라이의 영혼이 그의 칼이고, 화가의 영혼이 그의 붓이라면 배우의 영혼은 자신의 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그가 던진 대사 속에서 연극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그의 고뇌를 느낄 수 있었다.

 

뮤지컬스쿨 학생들의 집중력은 대단했다. 연극 인생의 대선배인 그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으려 반짝이는 눈빛으로 몰입했다. 때로는 익살스럽고 때로는 진지한 그의 대사는 단순한 구성의 공연이 지루하지 않도록 생기를 불어넣었다. 공연의 부제는 ‘연극인을 위한 연극’ 이었지만 배우를 준비하는 학생뿐 아니라 평범한 관객들의 가슴속에도 ‘사람의 인생’으로 존재하는 공통분모가 동일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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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끝난 후 뒤로지에는 청강대 캠퍼스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전했다. 프랑스에는 이러한 교육기관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건네며 ‘이 아름다운 곳에서 현실을 즐기라’는 말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기도 하였다. 배우와 나누는 질의응답 시간에 관람객들은 다양한 질문들을 쏟아냈다. 깊이있는 공연이었던 만큼 질문도 자아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고 실제적인 연극 노하우를 묻는 뮤지컬 스쿨 학생들도 많았다.

 

 

 

 

 

 

같은 길을 걷게 될 인생의 후배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는 그의 모습 속에서 평생을 한길만을 걸어온 장인정신과 인격을 느낄 수 있었다. 관람객과 질문을 나누던 중 대문호 셰익스피어를 설명하며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익숙한 명언이 그의 입을 통해 흘러져 나왔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마도 그의 드라마틱한 삶과 셰익스피어의 명언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뒤로지에의 삶을 경험하며 내 삶의 방식을 뒤돌아보는 매우 값진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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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글 홍현규 / 입학홍보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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